[2018 동양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거미 / 문혜영
거미 / 문혜영 오후 햇살이 두 남녀의 몸을 부드럽게 훑어 내린다. 배가 약간 나온 남자의 등 뒤로 여자의 손길이 살짝 스친다. 뱀의 살갗처럼 반들반들한 땀이 남자의 굽은 등줄기를 타고 유선으로 흐른다. 여자는 침대 끝에 걸쳐둔 바이올렛 가운을 오른 팔에 살짝 감고 희미하게 쟈스민 향이 흘러나오는 욕실 문을 향해 걸어간다. 얼굴은 이미 40대 중반을 넘어선 여자는 몸만큼은 주름진 얼굴과 엇박자다. 둥글게 춤을 추는 가슴선 아래로 운동으로 다져진 것인지 군살 하나 없는 긴 허리선. 배꼽 아래 거미의 숲을 지나 쭉 뻗어 내리는 가지런한 다리까지 날렵한 몸태를 가진 그녀다. 사내는 곤란한 표정으로 여자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뭔가 말을 건넬 기세다. 시계가 없는 내 방은 시간을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