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지금, 여기, 회색지대, 그리고 “빨강” / 민가경
지금, 여기, 회색지대, 그리고 “빨강” / 민가경 1. 거기 있다가, 그 다음 사라진 것 “Da, puis fort, exit.” 2) “거기 있다가, 그 다음 사라진다.” 이는 자크 데리다가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용어에서 착안해낸 문장으로, 여기서 ‘da’와 ‘fort’는 어린 손녀가 실패를 던졌다가(“갔다fort”) 다시 당겨오는(“있다da”) 놀이를 표현하고 있다. 즉 보호자가 외출했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의 부재 상황을 극복하는 어린 아이의 과정이 실패를 던지고(fort) 당겨오는(da) 행위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어린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거기 있다가 그 다음 사라진” 것들 사이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