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권영하 / 호박(琥珀) 속의 모기 호박(琥珀) 속의 모기 권영하 호박 속에 날아든 지질시대 모기 한놈 목숨은 굳어졌고 비명도 갇혀 있다 박제된 시간에 갇혀 강울음도 딱딱하다 멈추는 게 비행보다 힘드는 모양이다 접지 못한 양날개, 부릅뜬 절규의 눈 온몸에 깁스한 관절 마디마디 욱신댄다 은밀히 펌프질로 흡혈할 때 달콤했다 빠알간 식욕과 힘, 그대로 몸에 박고 담황색 심연 속에서 몇 만년을 날았을까 전시관에 불을 끄면 허기가 생각나서 호박 속의 모기는 이륙할지 모르겠다 살문향(殺蚊香) 피어오르는 도심을 공격하러 고시보다도 어려워…이번엔 운이 좋았다 전국 단위 어느 신문사 신춘문예든 정말 어떤 고시보다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도 군계일학이어야 하지만, 행운도 엄청 필요하니까. 그래서 글 쓰는 사람들이 모두 도전하는 것일까? 그동안 전국 단.. 좋은 글/시조 13년 전
[2012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황외순 / 눈뜨는 화석 - 천마총에서 눈뜨는 화석 - 천마총에서 황외순 소나무에 등 기댄 채 몸 풀 날 기다리는 천마총 저린 발목에 수지침을 꽂는 봄비 맥 짚어 가던 바람이 불현듯 멈춰선다 벗어 둔 금빛 욕망 순하게 엎드리고 허기 쪼던 저 청설모 숨을 죽인 한 순간에 낡삭은 풍경을 열고 돋아나는 연둣빛 혀 고여 있는 시간이라도 물꼬 틀면 다시 흐르나 몇 겁 생을 건너와 말을 거는 화석 앞에 누긋한 갈기 일으켜 귀잠 걷는 말간 햇살 당선이 주는 구속마저 즐길 것 집 안에 작은 화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달리 재산상의 손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가재도구에 달라붙은 그을음을 닦아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우리 집 큰아들인 현준이가 위로의 말이랍시고 제게 건넨 말이 있습니다. “엄마, 우리 교수님이 그러시는데 불난 적이 있는 집은 무조.. 좋은 글/시조 13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