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바둑 두는 여자 / 남궁순금
바둑 두는 여자 / 남궁순금 기연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무심한 표정으로 개찰구를 빠져나오던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이 무슨 용기람. 순간의 망설임도 없는 자신의 행동이 내심 놀라웠다. “최정 씨 맞죠?” 자신에게 말을 건 게 확실하다는 걸 눈치챈 그녀가 기연을 바라보며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갓 스물이 되었을 것으로 기연은 짐작했다. 신문 전면을 가득 채운 바둑계의 입신킬러 최정이 지금 기연의 눈앞에 있다. 초단인 열네 살 소녀가 9단 여섯 명을 내리 꺾어 ‘지지옥션배’에서 8연승을 거뒀다는 기사였다. 흑돌 만큼이나 까만 눈동자와 당찬 입매가 고스란히 기연에게 각인되어 있었다. 기사를 오려 스크랩북을 펴들고 인물란과 예술란 중 어디에 넣을지를 고민했던 것까지. 그때 본 열네 살의 최정과 눈앞에 실물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