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천국으로 가는 계단 - 박기눙
천국으로 가는 계단 / 박기눙 마지막으로 발레슈즈를 벗고 남자는 알몸으로 무대에 섰다. 직선으로 쏟아지던 핀 조명이 꺼지고 남자는 깜깜한 무대에 남았다. 처음 무대에 섰던 날처럼 심장소리가 귀 밑에서 울렸다. 남자는 조용히 숨을 가다듬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찰나의 어둠, 남자가 지독히 싫어하는 순간. 어둠속에서 가운을 집는 남자의 손길이 다른 날보다 빠르다. 정육점 진열장처럼 붉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가 있어서 다른 때보다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홀 구석진 곳, 테이블에 앉아 남자를 줄곧 지켜봤을 여자의 표정을 떠올렸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허리를 구부려 바지를 입는 동안 스팽글을 촘촘하게 단 팬티가 드러났다. 바지의 밑단이 발목에서 출렁거렸다. 남자는 무대와 연결된, 몇 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