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인디고 / 박은영
인디고 / 박은영 빈티지 구제옷가게,물 빠진 청바지들이 행거에 걸려 있다목숨보다 질긴 허물들한때, 저 하의 속에는 살 연한 애벌레가 살았다세상 모든 얼룩은 블루보다 옅은 색짙푸른 배경을 가진 외침은 닳지 않았다통 좁은 골목에서 걷어차이고 뒹굴고 밟힐 때면멍드는 건 속살이었다사랑과 명예와 이름을 잃고 돌아서던 밤과태양을 좇아도 밝아오지 않던 정의와기장이 길어 끌려가던울분의 새벽을 블루 안쪽으로 감추고질기게 버텨낸 것이다인디고는인내와 견디고의 합성어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애벌레들은 청춘의 옷을 벗어야 한다질긴 허물을 찢고 맨살을 드러내는각선의 방식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대생들이세상을 물들이며 흘러가는 저녁의 밑단빈티지가게는어둠을 늘려 찢어진 역사를 수선하고물 빠진 허물,그 속에 살았던 푸른 몸은 에덴의 동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