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컨테이너 - 박이수
컨테이너 / 박이수 분명 공중전화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쇠 지붕을 두드리던 빗소리가 뜨막해진 뒤였다. 차도에서 건너온 진동이 이따금씩 컨테이너를 뒤흔들어놓고 있었다. 습기 먹은 구두들은 새벽이 깊을수록 매운 가죽냄새를 토해냈다. 눈알이 시큰거렸다. 차츰 더해가는 한기로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전기요를 꽂을 수도 없었다. 습해진 콘센트는 자칫하면 합선되어 전기요를 태워버리기 때문이다. 쿵쾅거리며 뛰어다니던 대리기사의 발소리가 끊기고도 시간이 꽤 흘렀다. 강도가 들쭉날쭉한 진동이 연달아 등을 훑고 지나갔다. 또각또각 날카로운 구두굽이 사납게 보도블록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하천 쪽으로 사라진 뒤 분식집 화장실 쪽에서 유기견의 기척이 한 번 들려왔을 뿐이다. 나는 재채기가 차오르는 목을 눅눅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