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봄, 달 / 방미현
봄, 달 / 방미현 멀다. [멀ː다]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어떤 기준점에 모자라다. 서로의 사이가 다정하지 않고 서먹하다. 은우가 찾고 있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그 아래 있었다. 동사 멀다. 시력이나 청력 따위를 잃다. 따위라는 단어에 울컥했다. 시력 따위라니. 그런 뜻이 아닌 줄은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은우는 누구를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평소 같으면 집에 들어와서 그녀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통창의 블라인드를 내려 자신의 방을 들여다보는 도시의 시선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그녀는 창밖의 풍경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빌딩 앞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꽁무니에 시선을 두기도 했고 도로 중앙의 버스 정류장을 지키고 선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다가, 여러 개의 빨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