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이불 / 방희진
이불 / 방희진 “향이 너무 독하지 않아요?” 퇴근길에 들른 수연은 그새 두 번이나 내게 물었다. 당연히 내가 동의할 것이라는 표정이었다. 집 안은 거실 베란다에서 행운목 꽃이 뿜어내는 향기로 가득했다. 한 뼘쯤 도막진 행운목을 사다가 수반에 담아주고 나중에 다시 화분에 옮긴 건 그 애였다. 베란다로 가 꽃을 피운 걸 신기해하더니, 요모조모 살펴볼 새도 없이 꽃향내에 진저리를 치며 거실로 뛰어들어왔다. 꽃은 저녁 무렵 피었다가 이튿날 아침에 다물었다. 그만큼 향기도 짙어지는 시간이었다. “좋기만 하구나.”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갸웃하는 수연의 얼굴에 언뜻 딱해하는 빛이 스쳐갔다. 이모도 어쩔 수 없이 노인이네, 말하지 않아도 그런 의미일 터였다. 나는 그저 꽃대를 따라 뭉쳐 핀 볼품없는 흰 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