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백련의 기억 / 유진수
백련의 기억 / 유진수 봄날 햇살 아래 눈물처럼 쏟은 말들, 천천히 번져가다 물비늘처럼 글썽인다. 희미한 표정만 남긴 채 수척해진 문장들. 수런대던 그때로 하염없이 돌아가서 두어 대 솟은 꽃순 차랑차랑 만난다면, 밝고도 환한 눈길로 글을 다시 쓰리라. 흰 빛깔 떨군 꽃이 하늘로 돌아간 후, 뜨락에 젖어 있던 별빛 같은 글자들이 눈부신 백련의 말씀으로 살아나던 그 순간. 끝없이 끼적이고 고쳤다 드디어 한 걸음 나아갔다 어릴 때부터 문학이라는 녀석과의 많은 접촉은 나에게 제법 큰 여운을 주었고, 어느 날 나는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버스 창가에 앉아 휴대전화에 적어댔던 단어들과 문장들을 바라보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번뇌하였다. 하지만 새로움을 써가는 일은 언제나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