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무지개 / 백종익
무지개 / 백종익 안개가 수면 위에 앉아있다. 배가 수면을 가르고 나가자 잿빛 안개가 뱃머리 좌우로 흩어졌다 배의 후미에서 이내 다시 모인다. 안갯속을 튀어나온 붉은 부리새 한 마리가 수면을 스치듯 배 주위를 두 세바퀴 선회하다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남자는 이마에 구슬땀이 맺힌 채 연신 노를 내 젖고 있다. 뱃전에 솟은 은색 물방울이 이따금씩 날아와 남자의 얼굴에 부딪치며 파편처럼 튕겨나간다. 큰 날개 새들이 안개를 몰아내며 배의 후미를 쫓는다, 새들은 남자의 머리 위를 낮게 선회하며 뱃고물을 치솟는 바람에 날개를 펼치고 서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유영을 즐기듯 한다. 남자의 어깨너머 수평선 멀리서는 빛이 안개의 흐름에 따라 춤을 추듯 명멸하고 있다. 허리를 곧추세운 남자가 얕은 기침을 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