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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무지개 / 백종익

  안개가 수면 위에 앉아있다. 배가 수면을 가르고 나가자 잿빛 안개가 뱃머리 좌우로 흩어졌다 배의 후미에서 이내 다시 모인다. 안갯속을 튀어나온 붉은 부리새 한 마리가 수면을 스치듯 배 주위를 두 세바퀴 선회하다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남자는 이마에 구슬땀이 맺힌 채 연신 노를 내 젖고 있다. 뱃전에 솟은 은색 물방울이 이따금씩 날아와 남자의 얼굴에 부딪치며 파편처럼 튕겨나간다. 큰 날개 새들이 안개를 몰아내며 배의 후미를 쫓는다, 새들은 남자의 머리 위를 낮게 선회하며 뱃고물을 치솟는 바람에 날개를 펼치고 서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유영을 즐기듯 한다. 남자의 어깨너머 수평선 멀리서는 빛이 안개의 흐름에 따라 춤을 추듯 명멸하고 있다.

  허리를 곧추세운 남자가 얕은 기침을 대기에 뱉어낸다. 빛은 다시 나타나겠지, 하며 남자는 생각한다. 노 걸이의 쇳소리가 멈추자 남자의 발치에서 옆으로 웅크려있던 여자가 두 눈을 뜬다. 여자는 한기를 느낀 듯 느슨해진 목도리의 매듭을 두 손으로 고쳐 여민다. 털목도리 사이로 빠져나온 귀밑 머리카락이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린다. 여자가 춥다고 말하고 남자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 이어서 한 파고의 물결이 뱃전을 때린다. 여자가 다시 말을 이으려고 할 때, 빛이 조금 전에 다시 나타났다며 남자가 말한다. 여자가 몸을 일으켜 배의 노걸이 쪽 가로 판자에 등을 기대어 앉는다.

  그렇구나, 빛이 보였구나, 여자가 말한다.

  맞아, 빛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거야, 남자가 말한다.

  나도 보았어야 했는데, 하며 여자가 말한다.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는 어젯밤 칠흙 같던 안갯속에서 잠깐 동안 그 빛을 볼 수 있었어, 하지만 그 후로는 볼 수가 없었지 뭐야, 여자가 말한다.

  여자의 가는 입술가에서 붉은 깃털이 하늘거린다.

  맞바람이 여자의 얼굴에 닿자, 한쪽 자락이 풀린 목도리가 여자의 어깨를 벗어나 흔들린다, 길고 검은 그림자가 물결 위에서 일렁인다, 새들은 출렁이는 그림자를 쫓으며 낮게 날다가 뱃전을 솟은 바람에 두 날개를 맡기며 새들은 곧 낮은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여자는 볼록한 아랫배에 한 손을 가져가며 남자에게 말한다.

  방금 아기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하며 여자가 말한다.

  그 녀석도 급하긴 한 모양이네, 하며 남자가 말한다.
 
  
남자의 입가에서 뱉어진 하얀 입김이 잿빛 안개에 파묻힌다.

  조금만 있으면 빛이 또 나타날 거야, 하며 남자가 말한다.

  그러길 바라, 여자가 말한다.

  잠시 전에 본 것이 우리가 찾던 그것이 맞는다면 이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거라고, 하며 남자가 말한다.

  오늘 밤에는 더 자주 보이더군, 빛의 세기가 점점 더 강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야, 남자가 말한다.

  그때마다 나는 왜 볼 수 없었을까? 여자가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아? 뱃속에 아기가 있으니 당신은 눈을 붙일 수밖에 없었지, 남자가 말한다.

  우리가 언덕을 내려와, 배를 타고, 긴 밤을 두 번째 맞는 것 같아, 하며 여자가 말한다.

  그래, 큰 바위들을 돌아 내려왔지, 다행히도 거센 강바람을 큰 바위들이 막아주었지 뭐야, 하며 남자가 말한다.

  당신이 힘들었을 거야, 남자가 말한다.

  거친 언덕을 뱃속의 아기와 함께 내려왔으니까 말이야, 남자가 말한다.

  맞아, 우리 발밑의 쐐기풀과 돌들에는 새벽 어두움이 웅크리고 있었어, 여자가 말한다.

  하지만, 지금, 등 뒤를 돌아봐, 물결 위를 피어오르는 안개 위를 말이야 (멀리 그들이 떠나 내려온 언덕이 작은 별빛 아래로 조용히 앉아있다), 우리가 내려온 언덕이 높게 서 있잖아, 하며 남자가 말한다.

  우리는 해 낸 거라고, 남자가 말한다.

  뱃속의 아기도 지쳐있을만해, 험난한 길을 우리와 함께 했으니까 말이야, 하며 남자가 말한다.

  여자아이라면 「강」이라고 이름 부르고 싶어, 남자가 말한다.

  강은 대지를 품어주지 않아? 넉넉한 마음으로 이 강이 우리의 섬을 보듬어 주었듯이 말이야, 남자가 말한다.

  이곳 섬을 둘러싸고 있는 강물이 어디서 흘러왔겠어, 남자가 말한다.

  우리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이 그곳이기를 바라, 하며 여자가 말한다.

  빛을 계속 뿜어내고 있는 곳이라면 아마도 그곳은 엄마의 젖 같은 강물을 쏟아내는 그런 곳일거야, 하며 남자가 말한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어깨 위에서 흔들리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잊지 못한다.

  바람이 옆에서 불어오고 있어, 여자가 말한다.

  우리 왼편이야, 검은 안개가 함께 몰려와, 저기 보여? 하며 여자가 말한다.

  높은 파도가 곧 밀려오겠어, 남자가 말한다.

  배가 옆으로 떠밀려가고 있어, 이쪽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니잖아, 여자가 말한다.

  빛을 보았던 곳에서 배가 멀어지려 해, 여자가 말한다.

  저기 검은 안갯속을 벗어나는 새들을 좀 봐, 여자가 말한다.

  우리를 쫓아오던 새들이 하나씩 모습을 감추고 있어, 여자가 말한다.

  남자가 양손에 힘을 주어 노를 앞에서 뒤로 힘껏 저어보지만, 또 배의 방향을 바꾸어 보려 하지만 지금은 거센 물살을 거스를 수 없다.

  저 검은 안개 좀 봐, 여자가 말한다.

  짙은 안개와 맞바람이 우리를 방해하고 있어, 남자가 말한다.

  남자와 여자의 얼굴에 안개가 빠르게 다가와 스쳐 지나간다. 그때마다 그들의 붉고 푸른 얼굴이 안갯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진다. 멀리 구름 아래로 새들이 꼬리를 물고 점점이 사라진다.

  남자와 여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빛이 사라졌던 곳으로 배가 방향을 바로 잡기를 바라지만, 지금, 거센 물살을 배는 이겨낼 수 없다. 배 안의 남자와 여자는 또, 여자의 뱃속 아기는 회색 안개에 휩싸인 채 그저 그들 머리 위 밤하늘에 총총히 떠있는 별들만 바라볼 뿐이다.

  노를 저어보아도 소용없지 뭐야, 남자가 말한다.

  지금 배의 방향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니야, 짙은 안개가 우리를 막아서고 있어, 하며 여자가 말한다.

  여자가 아랫배를 두 손으로 쓰다듬는다,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에게 조금만 참으렴, 하며 말한다. 그래, 아기가 태어날 때는 저 빛을 우리가 마주할 때쯤이겠지, 하며 남자는 생각한다. 아랫배를 힘차게 발길질하는 아이를 두 손으로 보듬은 여자도 같은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곳에 도착하면 빛은 우리를 반겨줄 것이 틀림없어, 하며 남자가 말한다.

  맞아, 그럴 거야, 그곳에서 우리는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아기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그럴 것이 틀림없어, 하며 여자가 말한다.

  그곳은 넉넉한 빛을 내는 만큼 사람들 모두가 마음씨도 고을 거야, 여자가 말한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을 보내주는 곳이잖아, 또 돌들 틈 사이에서 풀들이 잘 자라게 비구름도 실어 보내주었지, 남자가 말한다.

  이때, 배의 고물 쪽에서 작은 흔들림과 함께 둔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배는 먼저 이물 쪽이 진행 방향을 벗어나더니 차례로 후미 쪽도 방향을 옆으로 튼다,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소용돌이 물살에 갇힌 배는 앞뒤가 꼬리물기를 하듯 제자리를 맴돌기만 하고 있다. 배 밑부분이 무엇인가에 부딪친 것인지, 물밑의 소용돌이에 의한 것인지, 소용돌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남자와 여자는 뜻밖의 처한 상황에 당혹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 남자가 배의 후미 쪽을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지만 납작 엎드리듯이 수면을 덮고 있는 안개 탓에 물밑의 일을 지금은 알 길이 없다. 이따금 한 번씩 뱃전을 부딪는 파도가 허공에 은색 파편을 흩뿌린다.

  이곳은 물이 깊은 곳일 텐데, 남자가 말한다.

  귀 기울여 잘 들어봐, 여자가 말한다.

  좀 전부터 소리를 일으키는 곳은 물밑이야, 여자가 말한다.

  수면 아래에서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해, 하며 여자가 말한다.

  물살이 뱃전에 부딪치는 소리는 아니야, 여자가 말한다.

  소용돌이가 빨아들인 안개가 배를 서서히 휘어 감는다. 언제부터인가 나타난 큰 날개를 가진 새들이 남자와 여자의 머리 위를 낮게 날으며 선회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그들의 의지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한 이런 상황을, 그리고 그들이 가는 길을 막아서려 하는 것이 대체 뭘까, 하며 생각한다.

  저기 낮게 깔린 구름 아래를 좀 봐, 여자가 말한다.

  빛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어, 저쪽 방향이 우리가 가야 할 곳이야, 하며 여자가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래, 우리는 그곳으로 가야만 해, 하며 남자가 말한다.

  하지만, 뱃머리가 옆으로 밀려나 좀처럼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군, 남자가 말한다.

  남자는 양손으로 노를 힘껏 당겨본다. 하나, 두 울, 세 엣 세어가며 어깨에서 손목으로 힘을 모아 본다.

  여자는 아랫배의 고통이 점점 더하고 통증이 반복적으로 몰려오자, 노걸이가 달린 가로 널판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아 큰 호흡을 대기로 뱉어낸다, 그때마다 아랫배를 받쳐 든 두 손이 부풀어 오른다.

  빛이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검은 안개에 다시 파묻힌다.

  빛은 또 나타날 거야, 그때 다시 방향을 확인해 보면 돼, 남자가 말한다.

  하얀 빛이 붉게 보일수록 그곳이 머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여자가 한 손으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때까지 배 주위를 둘러싸던 안개가 남자와 여자의 등 뒤로 빠르게 빠져나간다. 짙은 안개는 한 파고의 큰 물결이 지나가자 바람과 함께 멀리 사라진다.

  소용돌이가 멈추자 노걸이의 부드러운 쇳소리가 배 안팎을 넘나든다. 배는 조금 전 빛이 명멸했던 방향으로 조용히 수면을 가르고 나아간다. 구름 너머로 흩어졌던 새들이 어느새 몰려와 배를 쫓는다. 새들은 짧은 곡선을 허공에 그으며 서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듯 유유히 배위를 선회하고 있다. 물 위를 빠르게 솟은 한 쌍의 새가 서로 부리를 부딪치며 하늘 높이 떠 오른다.

  뱃속의 아기도 목을 축여야지, 당신이 많이 힘들거야, 하며 남자가 말한다.

  여자와 남자가 물을 서로 나누어 마시며 갈증을 풀자 여자의 뱃속의 아기도 움직임이 조용한듯하다.

  해가 섬의 언덕을 넘어간지도 한참 되었겠네, 여자가 말한다.

  그럼, 머리 위의 별들을 봐, 그리고 우리가 떠나온 섬의 언덕 위에는 지금 별들이 반짝이고 있잖아, 하며 남자가 말한다.

  우리가 처음 그 언덕에서 만났었지, 여자가 말한다.

  그때 머리위로 쏟아져 내려오는 별들을 보았었어, 여자가 말한다.

  언덕위 별들은 우리에게는 특별한 것이었어, 여자가 말한다.

  우리가 돌부리를 비껴 내려올 때 언덕 위로는 해가 막 넘어가고 있었어, 어두움이 몰려오기 시작한 때였지, 그때도 별들은 우리 등 뒤를 쫓아오고 있었지, 하며 남자가 말한다.

  강어귀에 대어놓은 배는 별빛을 받고 있었지, 우리는 한시도 배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어, 우리는 한 걸음에 언덕을 내려오듯이 하지 않았어? 남자가 말한다.

  해는 막 져서 기울었고, 강에서 곧 불어닥칠 거센 바람을 피할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 남자가 말한다.

  돌부리에 발을 부딪기도 했지, 억새풀은 우리를 향해 달려들 듯이 했었어, 남자가 말한다.

  또, 큰 바위 두 개가 있는 고개를 돌아 내려와야 했거든, 하며 여자가 말한다.

  풀섶에는 갓 태어난 새들이 둥지에서 입을 벌리고 있었어, 여자가 말한다.

  알을 품고 있는 새들을 피해야 했거든, 여자가 말한다.

  그래, 그때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결심을 꺾으려 들었지, 하며 남자가 말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곳에 있잖아, 이 배에 말이야, 그 언덕을 결국에는 떠나온 거라고, 여자가 말한다.

  우리가 결국 해낸 거야, 남자가 말한다.

  돌이켜 보면 언덕에서의 삶도 ㄱㅙㄶ챦았지, 남자가 말한다.

  그렇지만 일생을 그곳에서 지내기에는 우리에게 가진 꿈은 많았어, 남자가 말한다.

  돌과 풀들이 밤에는 황량한 바람 소리를 싫어 오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우리들 머리 위로는 별들이 반짝이었지, 남자가 말한다.

  봄이면 비구름이 머물러 주었지 뭐야, 그 덕에 돌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와 새싹이 자랄 수 있었잖아, 여자가 말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뭔가가 부족했던 거야, 남자가 말한다.

  밤에는 자주 꿈을 꾸고는 했지, 다락 방 지붕 위로 반짝이는 별을 따다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는 지붕을 달리는 거야, 남자가 말한다.

  할아버지도 가끔 같은 꿈을 꾸셨다고 아버지에게서 들었어, 남자가 말한다.

  그분 내외가 언덕 길을 내려와 우리를 앞서 이 길을 떠나신 것도 말이야, 남자가 말한다.

  그분들은 대가족을 이루었지, 아버지들 형제와 우리들까지, 남자가 말한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서 말씀하셨다는 거야, 할머니가 창밖 수평선 멀리에서 보았다는 희미하게 명멸하는 빛 속에서 꿈속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쫓듯 희망의 빛을 보았다는 거야, 그러고선 아버지, 어머니를 훌쩍 떠나 버린 거야, 우리는 강 넘어 빛이 있는 곳으로 가련다 하시면서 새벽녘 언덕을 내려 배를 몰고 떠나셨다는 거야, 남자가 말한다.

  어머니 아버지도 너무도 놀라 하셨다는 거야, 그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떤 분이셨는지를 꼭 기억하시고 계셨거든, 그분들이 우리 내외를 이끌어 주셨다라고 항상 말씀하셨지, 어머니가 이곳 언덕에 첫 발을 들였을 때 그분들이 말씀하셨다는 거야, 이제 우리가 가족을 이루게 되었구나 하시면서 이 집을 잘 가꾸고 이 언덕을 푸르게 만들며 살자꾸나, 하셨다는 거야, 이 언덕은 저녁이면 멋진 별들을 볼 수 있는 곳이란다, 우리 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살아가자고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께서 말씀하셨다는 거야. 이 언덕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곳이란다 하시면서, 필요한 것들은 항상 그곳에 있어 주었다는 거야, 일을 할 때는 알맞은 기후와 바람이 그들을 맞아주었고, 휴식을 취하려 할 때는 그때마다 별들이 친구가 되어 주었다는 거야. 섬의 곳곳 풀들이나 돌들 틈바구니에서 저마다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새들을 볼 때면 섬은 생명이 넘쳐난다고도, 또, 강 너머에서 번개가 치고 태풍이 몰려가는 것을 보았지만, 이 언덕에서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는 거야. 비구름도 필요할 때마다 몰려와 비를 뿌려주었다는 거야, 남자가 말한다.

  그런데 그분들이 섬을 떠나신다는 선언을 하셨을 때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실망이 크셨을지가 이해가 돼, 하며 남자가 말한다.

  우리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도 그분들이 떠나신 길이지, 남자가 말한다.

  그분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실 거라고 생각해, 여자가 말한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 빛을 쫓으시며 떠나셨지만 결국에는 돌아오지 못하셨다는 거야. 너희들과 지금껏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하시며 어머니도 아쉬움을 남기셨지, 또 이 땅을 너희들이 지켜야 한다고도 하셨지. 이 언덕은 그래도 살만하고 지금껏 우리를 키워준 곳이란다, 언덕 위 목초지도 잘 가꾸어져있어 가축들도 건강하게 키웠단다, 또 콩과 감자도 비구름이 가져다준 덕택에 돌부리를 비집고 싹을 잘 내밀어 주더구나. 땀을 흘릴 마음만 있으면 부족한 것 없이 살 수 있는 곳이란다, 하시며 어머니가 말씀하셨지,남자가 말한다.

  너희가 떠나가려고 하는 그곳은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곳일지도 모르잖니, 강 넘어 그곳에서 해가 솟아서 하루의 날을 시작하는 것도, 바람과 비구름도 그곳에서 넘어오는 것도 사실이지, 우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있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그렇지만 그곳이 미래의 새로운 삶을 보장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 너희들마저 이곳을 떠나면 이제 우리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것이란다, 일찍이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분도 그곳으로 떠나신지 오래되었고, 이제 너희들마저 떠나고 나면 우리에게는 가족이라고는 남아있는 것이 없게 된다고 하셨지. 가족이란 같이 모여 있어야만 의미가 있단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가족이 힘이 되어주지 않니? 너희들이 떠나면 이제 우리 부부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겠니, 너희들 없는 세상에 무슨 삶의 미래가 있을까? 두 분 내외가 말씀하셨지, 하며 남자가 말한다.

  그 말씀도 맞는 말씀이기는 했지만, 우리는 일찍이 그 빛을 보았지 않아? 그 누구도 그 빛을 보았다면 우리와 같은 결정을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해, 남자가 말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분도 그렇지 않으셨을까 생각해, 그분들도 자식들을 두고서 이 땅을 떠나실 결심을 하실 정도면 우리와 같은 심정이셨을 것이 분명해, 남자가 말한다.

  우리는 이제까지 어둠속에서 살아 왔었던거야, 남자가 말한다.

  우리에게는 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만 들을 수가 있었지, 누구에게서도 섬밖의 소식을 전해듣지 못했어, 남자가 말한다.

  사람들은 강 너머에는 세상의 끝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러니까, 그곳을 향해 배를 몰아 가볼 생각을 꿈에서라도 생각하지 않았던거야, 남자가 말한다.

  배를 강물에 띄었어도 섬주변에서 맴돌기만 했지뭐야, 강 한가운데 깊은 물쪽으로 배를 몰고 가기라도 하면 높은 파도가 바람과 함께 그들을 막아섰으니까 말이야, 남자가 말한다.

  어느 누구도 강 너머로 배를 멀리 띄울 수 없었던거야, 남자가 말한다.

  당신 부모님도 어느 날 찾아오셨지, 남자가 말한다.

  그분들이 사는 섬에서 이곳으로 오셨어, 남자가 말한다.

  당신이 강 넘어 그곳으로 떠난다고 하는 소식을 접하시고는 먼 길을 오셨지, 남자가 말한다.

  그분들도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지, 그곳은 강물이 끝나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곳을 가려 하다니, 다시는 우리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우셨던 것을 기억해, 그것도 뱃속의 아기를 가진 채로는 힘겨울 것이라고 큰 걱정을 하셨지, 남자가 말한다.

  그분들은 우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어, 섬의 여느 사람들과 같은 분들이었지, 우리가 떠나기 전날까지도 당신네 섬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어, 당신을 붙들고 설득하려 했지만 그분들도 결국에는 고집을 꺾고 우리를 격려해 주셨지 뭐야, 남자가 말한다.

  아버지는 등잔을 가리키시며 불꽃에 달려드는 나방을 보라고 말씀하셨지, 너희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고 하셨지, 결코 그 빛은 너희들을 현혹시키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하셨어, 그곳에 가면 분명 불행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하셨어,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분도 불행한 일을 당하셨을 거라고 한참을 우셨던 것을 기억해, 하며 남자가 말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곳에서는 풍요로운 기운을 느낄 수가 있어, 남자가 말한다.

  그곳에서 보내어 주는 것들은 모두 다 넉넉한 것들이잖아, 바람, 비구름, 하루의 해, 모든 것이 그곳에서 탄생하는 것처럼 보여, 남자가 말한다.

  그것만 보더라도 틀림없이 우리에게 희망의 미래를 열어줄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 그곳에서는 삶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해, 하며 남자가 말한다.

  배안의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배가 그들을 무사히 인도해 주리라 생각한다, 또 그곳에 도착한 그들은 행복 속에서 곧 태어날 아기와 함께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뱃전 넘어 머지않은 거리에서 빛이 뚜렸한 밝기로 명멸하고 높은 물결이 바람에 밀려온다. 뱃전에 뭉쳐있는 검은 안개가 빠른 물살을 맞고 퍼지자 배 안의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일순간 감춰진다.

  방금 붉은색이 감도는 빛을 보았어, 남자가 말한다.

  가운데에서는 붉은 기운을 뿜어내는데 주위로는 파란 빛이 흩어지고 있었어, 남자가 말한다.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회색빛의 집들도 그 너머로 언뜻 보았던 것 같아, 여자가 말한다.

  아뭍튼 거기에 바짝 다가온 느낌이야, 여자가 말한다.

  맞아, 회색빛 안개로 싸인 지붕과 도시의 윤곽들이 보이는 듯해, 남자가 말한다. 빛의 장막을 뚫고 나아가면 도시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남자가 말한다.

  희미하게나마 색색의 지붕들이 보이는 듯해, 여자가 말한다.

  높은 곳에 서있는 회색빛 도시나, 그 앞에 늘어선 빛의 아치 무늬들이 보여, 여자가 말한다.

  그래, 저 빛이 밤마다 안갯속을 비집고 우리 섬의 언덕을 향해 명멸하였던 거야, 하며 남자가 말한다.

  안개에 가려 빛은 우리에게 좀처럼 쉽게 제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거야, 여자가 말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빛과 그 넘어 우뚝 선 도시의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지 않아? 남자가 말한다.

  집들 사이사이들마다 생명의 기운이 쏟아져 나오는 듯해, 여자가 말한다.

  바람도 물살도 지금은 우리를 도와주고만 있는 것 같아, 배가 마치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아, 여자가 말한다.

  남자와 여자는 지금 서로 꿈을 꾸듯이 생각한다, 그들이 떠나온, 이미 지난 삶이 되어 버린 섬의 언덕과 그곳에서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그들의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언덕에서의 삶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어, 우리에게는 곧 태어날 아기도 있었잖아, 여자가 말한다.

  밤하늘의 별들은 우리 머리 위에서 늘 반짝일 뿐이었어, 우리가 다다를 수 없는 곳에서 말이야, 하며 여자가 말한다.

  별들은 우리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었지, 남자가 말한다.

  하지만 언제인가부터 강 너머 빛이 보이기 시작한 거야, 여자가 말한다.

  그때부터 빛을 쫓는 삶을 사는 것이 우리의 희망 아니었어? 여자가 말한다.

  운명은 그렇게 우리와 함께 한 거야, 지금은 그 꿈만 같았던 것들을 우리가 앞에서 마주하려고 해, 여자가 말한다.

  이때, 배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잠시 멈춘다.

  이 소리 좀 들어봐, 여자가 말한다.

  응, 나도 소리를 들었어, 남자가 말한다.

  배의 후미에서 나던 소리는 이제 배의 바닥 전체로 소리를 옮겨간다. 물속 어떤 물체에 걸려있는 듯 배는 움직임을 잠시 멈춘다. 머지않아 그곳에 다다를 텐데, 우리의 길을 막아서는 듯한 이 소리의 정체는 뭘까? 하고 남자와 여자는 생각한다.

  절망은 희망을 옆에 두고 있듯, 지금, 운명은 우리와 함께하고 있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이겨낼 수 있을 거야, 하며 남자와 여자는 생각한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어, 남자가 말한다.

  뱃고물 쪽으로 하강하는 새 한 마리가 남자의 머리 위를 낮게 지나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안개가 다시 걷히고 배가 순항을 시작하자 남자와 여자는 절망에서 희망으로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듯하다. 여자의 뱃속 아기도 꼭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 같다.

  물 밑 소리는 잊어버리고 조금만 더 힘을 내 보는 거야, 남자가 말한다.

  빛이 우리와 가까이 있는 것이 보이잖아, 남자가 말한다.

  우리는 곧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거야, 남자가 말한다.

  그렇지만, 지금 아기가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심상치가 않아, 여자가 말한다.

  아랫배의 통증이 더해가기만 하는걸, 하며 여자가 말한다.

  그 녀석도 우리와 함께 저 빛을, 빛의 도시를 곧 맞이하게 될 거야, 남자가 말한다.

  그럴 거 같아, 여자가 말한다.

  하지만 지금 아랫배가 아파오고 있어, 아기가 세상에 곧 나오려는 가봐, 여자가 말한다.

  물밑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소리라도 멈추어 주었으면, 하고 남자와 여자는 생각한다. 그때, 바람이 불어와 여자와 남자의 등허리를 감싸듯 빙빙 돌며 뱃고물을 힘껏 밀어준다. 그러자 배는 힘차게 안개를 뚫고 나아간다, 그런데 배가 속력을 더할수록 물밑 소리는 커져만 가고, 배가 암초에 걸려 빠져나가듯이 바닥이 무언가에 긁히는 소리와 함께 흔들림은 더해만 간다.

  이러다가 배가 부서지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우리는, 우리 가족들은 어떻게 하지, 하며 남자와 여자는 생각한다. 빛이 눈앞에 있는데, 참을 수 없는 고통만이, 이겨낼 수 없는 절망만이 그들 앞에 서 있는 듯하다. 빛이 손안에 잡힐 듯 눈앞에 와 있는데 여기서 멈춰서는 안돼, 하며 남자와 여자는 생각한다.

  처음에는 조금 고여있던 물이 배 밑바닥의 구멍을 벌리며 조금씩, 조금씩 갑판 위를 차오르고 있다.

  배는 순항을 계속했지만, 그때마다 물밑 소리는 커져만 갔다. 마침내 그들이 빛 앞에 도착했을 때도, 그때까지 배는 무사히 견뎌내 주었고 그들을 인도해 주었다. 바람은 배를 그들의 목적지에 빠르게 데리고 가 주었다. 그때마다 하늘의 별들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빠르게 물러섰고, 이제 검푸른 대기를 품은 여명의 아침이 곧 그들을 맞는다. 그들의 힘겨운 여정도 이제는 끝이 나는 순간이다.

  안개가 걷히자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던 빛의 형태가 마침내 배 앞에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로부터 강의 수면에 우뚝 선 붉고 푸른 기둥을 배가 통과하면서 색색의 빛들이 배 안을 밝히고, 남자와 여자는 온몸을 빛기둥 속에 파묻는다. 새들의 날개가 빛기둥을 타고 돌며 하늘 높이 떠오른다.

  우리가 빛을 품에 안고 있군, 남자가 탄성을 자아낸다.

  저 위의 도시를 넉넉히 품어주고 있어, 여자가 말한다.

  검은 안개가 배 뒷전을 빠르게 빠져나가자 남자와 여자가 뒤를 돌아본다.

  그들이 떠나온 섬의 언덕이 하얀 조각달 아래 조용히 앉아있다. 하얀 새떼들이 섬 주위를 포위하듯이 낮은 하늘에 모여있다. 바위 위에서는 작은 별들이 서로를 속삭이듯 옹기종기 붙어있다.

  아랫배가 아파와, 아기가 나오려나 봐, 여자가 고통스럽게 말한다.

  그 녀석 우리와 아침을 맞이하겠군, 하며 남자가 말한다.

  아이가 나오고 있어, 아~~~ 아 ~~~ 아~~~~.

  우리는 마침내 도착한 거야, 남자가 말한다.

  아기가 나오고 있어, 머리를 막 내밀려고 해, 아기야, 곧 우리와 함께 하게 될 거야, 여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배가 숨 막힐 듯한 빠른 속도로 빛 기둥을 빠져 나간다.

  이때, 소용돌이 바람과 함께 무지개가 배앞에 ㅅㅗㄷ구친다. 아기 울음이 공기에 뒤섞인다.

  우리는 도착했어, 도착했단 말이야, 아기가 나왔어, 우리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단 말이야, 기쁨의 탄성과 아기의 울음이 대기와 섞이며 배 안팎을 넘나든다.

  배는 무지개 타원을 빠르게 빠져나간다.

  배는 하얀 포말 속으로 사라진다. <끝>

 

  <당선소감>

 

   “당선소식은 그리운 아버지의 울림이었다”

  수영장을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섰습니다, 까치가 세 번을 목청껏 울더니 머릿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버지가 날 부르는 소리인가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날 오후에 날아온 당선 소식은 먼 곳에서 전해준 그리운 아버지의 울림이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백승완의 아들 백종익.

  뱃 속에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가 희망의 길을 향해 출발합니다, 파도와 안개를 뚫고, 별을 보며 나아갑니다. 희망은 욕망이 되고, 알 수 없는 어두움도 함께 스멀스멀 기어옵니다. 그들 부부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희망을 찾아갔으나 쓰라린 회한만이 남기도 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선택을 마다않으신 심사위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빛고을 광주의 독자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옆에서 묵묵히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집사람 그리고 가족과 이 영광을 함께 하려 합니다. 이태원 국민학교 동기 친구들의 응원에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61년 서울 이태원 출생
● 서울 과학 기술대 건축학 학사
● 고려대 건축 석사 학위


 

  <심사평>

 

  “치열하고 다층적인 소재·서사 기법…새로운 양상 보여줘 ”

  코로나와 싸우며, 코로나와 함께,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며 재편되고 있는 현실이 소설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설상가상으로 무모하게 도발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이 가져온 경제 난국과 인류 공동체 의식이 작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편화된 젠더 감성과 가상현실의 매체적 글쓰기 감각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이태원 참사의 충격과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새롭게 제기된 자유와 공정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 주목하며 본심에 오른 소설들을 읽었다.

  확연하게 두드러진 경향은 포스트 휴먼과 젠더, 코로나 현실을 직접적인 소재로 삼은 작품들은 줄었고, 개인의 자아 찾기 여정과 데이터 회로에 갇혀 단자화된 일상과 소설 장르에 대한 서사적 실험에 천착한 작품들이 다수였다.

  본심에서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발자국을 세는 일’과 ‘무지개’였다. 소설은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를 의미하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세계를 품고 있다.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고, 소설과 인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발자국을 세는 일’은 전자에, ‘무지개’는 후자에 해당된다. 전자는 소재와 주제, 문장과 서사 흐름이 안정적인 반면, 이러한 안정적인 전개가 제목으로부터 뚜렷하게 드러나 마지막까지 익숙하게 간파되면서 새로움의 측면에서 아쉬웠다.


  ‘무지개’는 지금 이곳 현실의 치열하고 다층적인 소재들과 서사 기법들을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었다.

  소설이 하나의 세계라면, 단편소설 양식은 한 편의 시(詩)와 같다. 시적 은유와 환상이 서사와 결합될 때, 소설은 재현의 울타리를 넘어 미(美)의 영역에 닿는다.

  ‘무지개’는 생명을 향한 환상적인 은유 속에 서사의 주제를 마치 집(역사)를 지어나가듯이 축조하는데,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무는 누보로망적인 미장센과 미니멀리즘적인 문장 흐름이 돋보여 개성적으로 평가했다.

  응모한 모든 분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심사위원 : 함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