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뱀을 아세요? - 윤석호 뱀을 아세요? / 윤석호 뱀이 왜 기어 다니는지 아세요 불안하기 때문이래요 손발 없이 귀머거리로 사는 동물은 또 없거든요 독이라도 품어야 살 수 있지 않겠어요 얼마나 불안했으면 혀가 다 갈라졌겠어요 남의 땅에 사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혹시 은인을 찔러 죽인 전갈 이야기 들어 보셨어요 본능을 장전하면 갈기고 싶어지죠 본능은 의지보다 늘 앞서니까요 하지만 본능보다 앞에 불안이란 게 있어요 그래서 가장 위험한 것들은 불안해하는 것들이래요 독을 품은 것들은 기억력이 없어요 어느 한구석 오목한 데가 없기도 하지만 사실은, 뒷걸음질 칠 수 있는 담력이 없어서래요 이방異邦의 밑바닥에 몸을 대고 살다 보면 굳이 시간을 되새기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간혹, 숨 막히게 달 밝은 밤이 있잖아요 그런 날이면 통째 삼킨 먹이를 삭.. 좋은 글/시 11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