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벽장 밖은 어디로 / 유재연
당선작> 벽장 밖은 어디로 / 유재연 달리는 고속버스에 앉아 나는 시진에 대해 생각했다. 창문에 뿌옇게 김이 서려 있었지만 닦지 않았다. 나는 지리산에 있는 선원으로 가는 중이었다. 한 달 동안 절에 간다고 말하자 횟집 사장은 왜냐고 물었다. 비구니가 될까 고민해 보렵니다, 라고 둘러대자 사장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종교가 없었다. 선원에 가는 것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민희가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민희는 췌장암 말기이고 선원에서 일 년 넘게 요양 중이다. 나는 민희의 얼굴이 보고 싶었고 시진과의 추억이 많은 포항이 지긋지긋하기도 했다. 시진과 만난 삼 년은 건조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케이크 하나 사지 않았고, 커플링도 맞추지 않았다. 시진과 나는 함께 살았지만 밥을 먹을 때 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