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살아있는 당신의 밤 / 박민경
살아있는 당신의 밤 / 박민경 미약하지만 신호는 확실히 잡혔다. 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작고 동그란 구체가 맵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 산책이라도 하듯 골목 사이사이를 배회하던 구체는 어쩌다 한 번씩 멈춰 서기도 했다. 하늘이라도 올려다보는 걸까. 아니면 새나 고양이를 만났나. 나는 맵을 키워 구체가 돌아다니고 있는 장소를 확인했다. 재언 선배가 살던 동네였다. 그럼 이 사람 정말로 산책 중이잖아. 맥이 탁 풀리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거치대에 휴대폰을 받쳐두고 팩맨처럼 이 골목 저 골목을 부지런히 누비는 구체의 행방을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살폈다. 신호가 멈추면 맵을 눌러 그곳을 함께 둘러보기도 하면서. 애초에 행동거지가 불안정한 환자의 위치를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이 미나스의 주목적이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