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새들도 허공에서 날개를 접는다 / 김미경
새들도 허공에서 날개를 접는다 / 김미경 새들도 날아가다 날개를 접는다 어느 방향 어느 가지 붉은 발목 쉬어갈지 허공에 숨을 매단 채 날개 잠시 접는다 부러진 발톱일랑 비바람에 뿌려주고 바람이 떠미는 대로 중심 죄어 다잡는다 들메끈 동여매고 드높이 치솟다가 길에서 길을 얻는 눈 밝은 새가 되어 아득한 고요 속으로 귀를 접고 떠간다 접은 날개 다시 편 새처럼… 더 낮은 자세로 행간속을 날고 싶어 저 한 마리 새처럼 바람의 말씀에도 귀 기울이렵니다. 이른 아침, 까치가 요란스레 울었습니다. 햇살처럼 퍼지는 까치 울음과 함께 반가운 소식이 문득 날아들었습니다. 아마도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요. 그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창공을 훨훨 날던 새가 갑자기 날개를 접었습니다. 푸른 바닷속을 유영하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