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이름 / 서진배
이름 / 서진배 엄마는 늘 내 몸보다 한 사이즈 큰 옷을 사오시었다 내 몸이 자랄 것을 예상하시었다 벚꽃이 두 번 피어도 옷 속에서 헛돌던 내 몸을 바라보는엄마는 얼마나 헐렁했을까접힌 바지는 접힌 채 낡아갔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 이름을 먼저 지으시었다내가 자랄 것을 예상하여큰 이름을 지으시었다 바람의 심장을 찾아 바람 깊이 손을 넣는 사람의 이름 천 개의 보름달이 떠도이름 속에서 헛도는 내 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에서까마귀가 날아갔다 내 이름은 내가 죽을 때 지어주시면 좋았을 걸요 이름대로 살기보다 산 대로 이름을 갖고 싶어요 내 이름값으로 맥주를 드시지 그랬어요 나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걸요 아무리 손을 뻗어도 손이 소매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걸요이름을 한 번 두 번 접어도 발에 밟혀 넘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