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해감 / 설현민 해감 / 설현민 새벽 물때다 사촌들과 바지락을 캐러간다 이모를 도와야 했다 엄마, 엄마, 나는 한 번도 이모를 본 적 없는데요 가족이잖니 단숨에 알아차릴 거다 모래사장은 구덩이로 가득하다저 안에서 움직이는 게 보이니 저기 너희 이모가 있잖아 움직이는 게 너무 많은걸요 네 이모처럼 움직이는 것은 하나뿐이란다등을 돌려 앉은 엄마는 쇠갈쾡이로 발 밑을 푹푹 퍼올린다 나는 양동이를 끌어안고 움푹한 바닥을 들여다본다모래 속에는 모래가 들어 있다 어린 사촌들은 껍데기를 손에 쥐고 땅을 헤집는다 또 다른 껍데기를 주워 자랑한다 바지락을 얼마나 더 캐야 하나요 노인들의 배를 채우기에는 아직 모자라구나이모는 왜 그렇게 깊이 파들어 가죠 깊은 곳엔 먹을 게 없잖아요네가 그렇게 태어났지 모래를 툭툭 털고 너를 꺼냈단다 바지.. 좋은 글/시 4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