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수도꼭지를 틀다 / 이종현
수도꼭지를 틀다 / 이종현 내딛은 발걸음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하루를 씻기 위해 손잡이를 돌린다 꼭지는 냉수가 직수 온수는 침묵이다 오른쪽, 왼쪽으로 길들여진 버릇이 흔적을 받아 들고 햇살을 가늠하다 조각난 풍경을 쥐고 씻어내는 저물녘 물방울 젖어 드는 눈금을 가늠하고 기울기 묻어나는 시간을 색칠한다 눅눅히 젖은 하루해 이불 덮어 재운다 성찰·치유 깃든 작품으로 세상 만나겠다 작품으로 사람과 세상를 만나겠습니다. 끝이 보일 것 같았는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최종심 탈락이 반복되던 신춘문예. 푯대에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런데 당선 통보를 받고 가슴이 더 허전했습니다. 기다려왔던 소식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오랫동안 꿈꾸어 온 목표가 사라져서일까요. 시조는 제 생의 반 이상을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