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숨비들다 / 고은경 숨비들다 / 고은경 소라들이 알을 낳는 동안에도 엄마는 쉬지 않았다. 6월에서 8월은 소라 산란기이자 해녀들의 금채기였다. 한쪽의 숨이 트이기 위해 다른 한쪽은 숨을 돌려야 했다. 숨 돌릴 시간이 주어지면 엄마는 밭일에 매달렸다. 다시 물질하러 다닐 때 먹기 좋을 소라젓과 마늘지도 담갔다. 때로는 서해 쪽으로 해삼 채취에 나섰다. 어떻게든 물질을 이어가야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기에 부득부득 자리를 얻고자 했지만 실력 좋은 상군 삼촌들에게 밀릴 때가 많았다. 소싯적엔 상군 중의 상군이었다는 엄마가 수심 10미터의 중군 영역으로 밀려난 것은 오래전 일이었다. 눈썰미 좋고 손이 빨라 상군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리곤 했으나 깊은 바다에 부려온 기억들을 떨쳐내진 못하는 듯했다. 엄마는 방학을 맞아 내려온 나보다.. 좋은 글/소설 2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