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슬픈 온대 - 김갑용
슬픈 온대 / 김갑용 1마주치는 얼굴마다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고는 한다. 가능성은 늘 과반 이상이었는데, 말을 거는 순간 후회할 착각이었지. 오히려 가능성을 점쳐볼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을 때 웬 남자가 어느 사이엔가 틈입해 있곤 했다. 제멋대로이고 저돌적인 남자도 있었고, 고인 물처럼 아무런 의지 없던 남자, 훗날 이름 세 글자만이 문득 떠오르는 남자도 있었다. 처음 받아들였던 그는 나에게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서운 얼굴로 소리쳤다. 그의 자취방, 십이월 새벽이었다. 쫓겨난 나는 한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겠다는 착각에 잠시 울었다가 겨울바람에 종종걸음 치면서 터미널로 돌아가 서울행 첫차를 기다렸다.예전에 나는 소설이나 에세이들을 자주 읽었다. 브론테 자매, 울프, 뒤라스, 손택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