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바람의 사슬 - 심수자 바람의 사슬 / 심수자 거미도 없는 빈 거미줄이 도처에 무성하다초읍동 일층 단칸방에 살다가얇은 요위에서 오년 만에 발견된독거노인은 백골이다산동네 좁은 골목길이 얼키고 설켜커다란 거미 한 마리쯤은 키웠겠다한 생을 다한 그녀는 거미 몸에 들어자신을 갇히게 할 것이라고는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풀어낸 실로 여리고 성을 쌓은 것이다방 한쪽 구석엔 냄비와 그릇 두어개빈 가스버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그녀, 한 겹 두 겹 아홉 겹 까지 껴입은 옷은추위 멈추고 싶은 몸부림 이었겠지무뎌진 낮과 밤의 경계에서이끼는 바닥의 습기를 먹고 자라고 있었다그녀가 백골이 되어 가면서곤충들 더 이상 걸려들지 않을 때거미는 자신을 걸어둘 장치로바람 속에 집을 지은 것인지도 모른다도처에 걸린 거미줄이 내 얼굴에 닿을 때초읍동 반 마장 거리.. 좋은 글/시 11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