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쏘가리, 호랑이 - 이정훈
쏘가리, 호랑이 나는 가끔 생각한다 범들이 강물 속에 살고 있는 거라고 범이 되고 싶었던 큰아버지는 얼룩얼룩한 가죽에 쇠촉 자국만 남아 집으로 돌아오진 못하고 병창[i] 아래 엎드려 있는 거라고 할애비는 밤마다 마당귀를 단단히 여몄다 아버지는 굴속 같은 고라댕이[ii]가 싫다고 산등강으로만 쏘다니다 생각나면 손가락만 하나씩 잘라먹고 날 뱉어냈다 우두둑, 소리에 앞 병창 귀퉁이가 와지끈 무너져 내렸고 손가락 세 개를 깨물어 먹고서야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갔다 아버지가 밟고 다니던 병창 아래서 작살을 간다 바위너덜마다 사슴 떼가 몰려나와 청태를 뜯고 멧돼지, 곰이 덜걱덜걱 나뭇등걸 파헤치는 소리 내가 작살을 움켜쥐어 물속 산맥을 타넘으면 덩굴무늬 우수리 범이 가장 연한 물살을 꼬리에 말아 따라오고 내가 들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