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아빠의 공책 - 김유석 아빠의 공책 / 김유석 공책 한 권 달랑 들고 들판학교 다니는 우리 아빠 빽빽이 썼다가 지우고 이듬해 봄부터 다시 쓰는 그래도 너널거리지 않는 울 아빠 파란 공책에는 찰랑찰랑 벼 포기들이 넘실거려요 맞춤법이 조금씩 틀린 벌레소리 들리고 할아버지 닮은 염소도 한 마리 묶여 있어요. 똑 똑 똑 땀방울 말줄임표를 따라가면 하늘이 내려와 밑줄을 긋는 지평선 위에 따뜻한 내 옷이랑 새 운동화가 놓여 있지요. 흰 눈 지우개로 말끔히 지워내서 아무도 모르는 줄 알지만 너무 꾹꾹 눌러 써서 뒷장에 남은 자국을 겨울이면 기러기들과 함께 나는 읽지요. [동시 당선소감] "이성 사이 뭉클한 감성… 풋풋한 동심의 소리 적었다" “좋은 시는 동시를 닮았다.” 그렇습니까? 시를 쓰면서, 흙냄새 나는 자연 속에서 사람 사는 일들의.. 좋은 글/동시 12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