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홍철기 / 철새를 만나다
철새를 만나다 홍철기 문득 뭇별들의 제자리걸음이 그렁그렁한 눈물을 머금게 하는 밤 안개 속 방파제는 육지로 난 길 인양 어서 나아가 보라며 건너가 보라며 나를 부르는데 엉겨 붙어 나를 말리는 바람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울먹일 때 빈 껍질만 남아 뒹구는 희망 피난민처럼 몰려왔다 이젠 떠나고 싶은데 갈 곳이 없는지 멍자국 같은 사연 하나 둘 모여 불을 밝히고 마을을 이루고 그래서 한세상 어우러진 잡풀처럼 흔들릴 때 알고 있었다 저마다 소금에 저린 마음 한 다발씩 묶어 쌓아두고 있음을 맨 정신엔 타오르지도 못했던 마음 불쏘시개 삼아 한 잔 두 잔 마신 술에 취하기는 바다가 취하고 끝내 바락바락 악을 쓰며 달려들다 고꾸라지며 살 아 야 하 나 이어지지 못하고 부서져 되돌아가 버리는 말 담뱃재 떨듯 매일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