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얼음 창고 / 이경숙
얼음 창고 / 이경숙 - 새로 단장한 사주문 옆의 얼음 창고는 더 낡아 보였다- 문 씨는 손을 비비기 시작했다 “창고 문이 사라졌어!”- 새롭게 칠한 붉은색 창고 벽은 두세 조각으로 부서졌다- 문 씨가 전기톱으로 사주문 나무 기둥을 자르고 있었다 나는 얼음을 자르고 있는 문 씨를 보았다. 두 동강이 난 얼음은 자로 잰 듯 길이가 비슷해 보인다. 문 씨는 소매로 땀을 훔쳐내고 한 토막을 다시 자르기 위해 얼음 위에 홈을 파고 전기톱을 가져다 댔지만 전원은 켜질 듯하다 이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잠잠해졌다. 플러그를 뺐다 다시 꽂아 보았지만 전기톱은 움직이지 않는다. 수염이 듬성듬성 있는 턱에 땀이 맺혔다. 전기톱과 씨름하던 그는 톱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무리 만져도 손에 익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