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스프링클러 / 연지민
스프링클러 / 연지민 땅속에 고래가 산다 숨을 내쉴 때마다 분수처럼 하늘로 퍼지는 물줄기 땅속에 숨은 고래 콧구멍만 내놓고 뱅글뱅글 물을 뿜는 걸 보니 너 혹시 140년 동안 아무도 본 적 없다는 부채이빨고래 아냐? 다음 생도 글밭 언저리에 살겠습니다 서른, 처음으로 글 숲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냥 가보고 싶었습니다. 문학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나를 찾아가는, 조금은 가벼운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유혹이 사라진 뒤 마주한 현실은 구중궁궐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 문이 가로막았고, 어찌어찌 그 문을 밀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볍게 나선 여행이 돌아갈 수 없는 길이 되고, 끝나지 않는 길이 되어 문학의 그림자를 좇을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