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기차여행 / 연진희
기차여행 / 연진희 이사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깨달았다. 노인들만 울타리를 넘나들었다기보다 그 동에 사는 사람 대다수가노인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이라는 것을.“나이가 많은가 봐유. 털이 듬성듬성하니 살이 훤히 보이네. 짐승이나 사람이나….” 2015년 이른 봄, 지원은 서울 근교의 14평짜리 복도식 아파트 1402호로 이사했다. 그녀는 A출판사와 가까운 망원동 낡은 빌라에서 살다가 터무니없이 치솟는 전세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어 아예 서울을 벗어나기로 했다.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고르고 고른 그 아파트는 대중교통으로 한시간 안에 직장을 오갈 수 있는 통근권 내에서 가장 평수가 작고 집값이 싼 곳이었다. 마을을 둘러싼 산자락이 개발제한구역에 속해서인지 그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고는 건물들의 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