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영혼의 음각(陰刻) / 윤덕남
영혼의 음각(陰刻) / 윤덕남 차디찬 육체를 알코올로 닦을 때마다 나는 기억 속의 얼굴과 목과 가슴과 손, 기억 속의 귀와 다리와 발가락을 닦는다. 내 손이 닿는 곳마다 서늘해지는 알코올의 성질과 더불어 기억은 성에꽃처럼 점점 퍼져나간다. 유리창에 꽉 찬 성에꽃처럼 더 이상 번질 기억이 없을 때 나는 비로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싸늘하게 식어버린 육체를 닦았다. 침묵으로 시작하여 침묵으로 끝나는 단순명료한 일 같지만 망자의 몸은 산처럼 봉우리가 있고 깊은 골짜기가 있으며 무언의 메아리가 내 기억의 창에 달라붙어 얼음꽃이 된다. 염(殮)은 유리창에 낀 그 차디찬 성에를 닦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차디찬 죽음의 꽃을 사라지게 한 뒤에야 무덤에 들어갈 수 있는 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