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오늘의 루프탑 / 이경란
오늘의 루프탑 / 이경란 옥상에서 내려다본 바닥은 어둡고 깊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낮에도 해가 들지 않았다. 틈이 두 걸음 남짓밖에 되지 않아 바닥이 더 깊어 보이는지도 몰랐다. 이 동네의 건물들은 꼭 이만한 깊이와 넓이의 틈을 사이에 두고 늘어서 있다. 수이는 어두운 바닥을 향해 침을 뱉었다. 침은 아무렇게나 쌓인 폐자재와 쓰레기 사이로 사라졌다. 운이 좋을 때는 뚝,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수이는 그 소리를 좋아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소리를 들은 날은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수이는 바닥을 잠시 내려다보다 옆 건물의 옥상으로 건너갔다. 사뿐한 걸음이 길고양이 같았다. “할배, 할배 뭐해?” 수이가 제 방과 똑같이 생긴 옥탑방의 문을 빼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