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오래된 꽃밭 / 정경화
오래된 꽃밭 / 정경화 이른 가을 강쇠바람 시린 상처 들쑤신다 움켜쥔 시간만큼 안으로만 말라 가다 까맣게 옹이가 되어 불길 적막 견디는 날 핏기 없는 손톱 끝에 긴 침묵이 묻어나고 비 젖은 목소리로 귓바퀴가 울려올 때 선홍빛 흉터 하나가 겹무늬로 앉는다 벼룻길 하나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끝물 동백 이우는 해 잡았다 놓는 바위 난간 아찔한 순간순간이 모두 다 꽃밭이다 당선소식 선물처럼 남기고 간 그녀 여고를 졸업한 지 까마득히 지난 어느 날, 여고 동창 모임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곱게 그린 눈썹과 웃을 때 드러나는 하얀 치아를 보고 그동안 살아온 그녀의 삶을 읽고 있는데 위트 있는 유머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보고 그만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그런 얼마 후 믿기지 않은 사실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