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오월의 박제관 / 배은정
오월의 박제관 / 배은정 박제관은 폐쇄되었지만 밖에서도 유리부스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해화는 철제 난간에 허리를 걸치고 얼굴을 통유리에 바싹 들이댔다. 줄무늬가 선명한 호랑이가 앞다리를 쳐들며 포효했고 그걸 청설모가 바라보았다. 사나운 맹수의 기백을 마주한 자그마한 설치류의 태도치고는 다소 능청스러워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맥이 빠졌다. 족제비는 지루한 듯 시선을 창 너머로 멀찍이 드리웠다. 사슴은 다소곳하게 다문 입 밖으로 송곳니가 튀어나와 기괴했다. 해화가 잇몸을 드러내며 따라 했다. 인조 나무에 앉은 백문조는 빛바랜 종족들과 달리 도기로 만든 변기처럼 윤기가 흘렀다. 황관 앵무가 눈알을 치켜 올려 해화를 쳐다봤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사자관과 철새관이 있었지만 중첩된 유리에 잔상이 겹쳐 제대로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