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동양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불꽃 / 오주훈
불꽃 / 오주훈 핏빛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파파팍. 치치칙. 격렬하게 맞붙는 토치와 용접봉. 심부 온도는 천오백 도. 토치 출력을 더 올렸다. 노란빛으로 변한 불꽃들. 위협적인 아치 곡선. 파파파팍팍. 칙칙칙. 기체가 된 크롬의 알싸한 냄새. 차광안경을 뚫는 빛의 무리. 시신경을 압박하는 통증. 심부 온도는 이천 도. 여기서 밀리면 끝장. 용접 경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선. 최대로 올린 출력. 팍팍파. 쏴쏴샤. 착착. 천장을 향한 불꽃들의 거대한 곡선. 심부 온도 삼천 도. 모든 재료가 녹는 지점. 이젠 오직 흰빛 불꽃뿐. 그렇다. 죽음의 색은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 치치칙. 드디어 자동차 철판이 녹는 단말마의 소리. 최종 접합의 순간. 광적으로 치솟는 불꽃들. 자기 자신을 태우며 벌이는 빛의 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