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우리가 아는 우리의 모든 것 / 이지은
우리가 아는 우리의 모든 것 / 이지은 폭염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대낮이었다. 모니터의 작은 창에 나타난 것은 5인 분은 넘어 보이는 양의 칼국수였다. 김치 속을 버무릴 때나 쓸 법한 커다랗고 붉은 고무 대야에 가득 담긴 칼국수에는 어떤 고명이나 양념장도 없었다. 배추나 애호박조차 들어있지 않았다. 희끄무레한 면발만으로 채워진 고무 대야만이 화면의 절반을 차지했다. 자, 오늘은 칼국수로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안녕하셨죠? 나무젓가락을 든 명이 대야를 마주하고 자리에 앉았다.명은 몰라보게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렸고 군더더기 없던 몸에 살이 제법 붙어 이제 막 출소한 조직 두목처럼 보이기도 했다. 명은 대야에 든 칼국수를 한 가닥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은 뒤에 널찍한 접시에 쌓아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