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불교 신춘문예 시 당선작] 결빙 / 윤계순
결빙 / 윤계순 큰 강에 얼음이 얼 때 얼음은 일사불란하게 얼지 않는다 얼었다가 다시 무수한 조각으로 부서지길 몇 차례 반복한 다음에야 평평하고 두껍게 언다 단단한 것들은 경전經典의 고리처럼 파륵 파륵 넘겨지다가 다시 한 권으로 뭉친다 티베트 승려들의 논쟁엔 손뼉을 치는 주장이 있어 셀 수 없는 의견으로 나눠지고 다시 이어 붙는 합의 그런 일들의 끝에 큰 강은 하나의 얼음판으로 얼어붙는다 얇은 추위에 몇 겹의 추위가 달라붙고 쩡쩡 얼음 조각들의 합의가 밤을 울린 다음에야 흐름이 멈춰 서듯 얼어붙는다 그런 물도 추우면 저희끼리 쩡쩡 뭉치지만 분분한 의견의 투합이 겨울을 건너와 지탱했던 제 몸을 다시 풀면 봄이다 그러니 녹는 순서는 그저 얼음 밑 흐르는 속도에 맡겨두면 되는 일이다 햇살이 조각나는 일을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