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은수의 세상 / 이민선
은수의 세상 / 이민선 0. 변화의 바람 은수가 소파 뒤에서 통화 중이다. [네. 당장은 너무 빨라요. 아 네네. 그럼 그때로 해주세요. 네.] 은수 잠깐 멍하니 있다 집안을 찬찬히 돌며 가구들을 쓸어본다. 이 방은 내가 만든 세상입니다. 이것들도 내가 여기 들였어요. 그중에서 나는 이 소파를 제일 사랑해요. 이 소파는 전에 살던 사람이 버리고 갔대요. 먼지를 그득하게 앉혀놓고 문 바깥에서 떨고 있었어요. 내가 빤히 쳐다보니까 집주인은 들어오기로 결정하면 당장이라도 치워주겠다고 그랬어요. 내 세상을 갖겠다고 다른 세상을 지우는 건 안 되죠. 너도 들어와, 그래서 우리는 같이 살게 됐어요. 아주 푹신하고 풍만한 내면을 가졌어요. 이 소파도 분명 나를 사랑할 거예요. 은수 문에 가까이 간다. 귀를 댄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