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므두셀라 - 이서하
므두셀라 / 이서하 납작한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가락들그 손가락들은 내 안에 들어온 적이 있다내게 주먹을 쥔 적이 있다배가 부은 날엔 혼자 병원에 갔다 두 개의 주머니가 팽창하는 중이다주머니 속 먼지를 작게 쪼개면더 작아져 날아가는 티끌처럼수십 억 년을 떠돈 므두셀라처럼 나의 날은 모래알 같이 많으리라 (욥기 29:18) 나는 처음부터 혼자였어두 개의 주머니를 오렸다피 묻은 봉투 속에서도 나는 편안하다좋은 것만 기억하라는 그의 말이 잠속까지 따라온다 나를 작게 쪼개면 더 작게쪼개지는 내 아이들 혼자 떠도는 행성이 있다그 행성의 이름은 므두셀라다 "이제 겨우 관문 하나 통과했네요" 이제는 탁희에 대해 말해도 될까? 탁희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탁희는 말을 못해, 탁희는 바보 같지.’ 칠판 앞에서 자신을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