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 이채현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 이채현ㆍ제목은 쉼보르스카의 시 ‘사진첩’에서 인용 할아버지가 내게 남겨준 유품은 이안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2007년식 포터2. 태어난 지 사십 년이 다 되어가는 고물 트럭이다. 아직까지도 바퀴가 굴러간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할아버지는 이 트럭에 나를 태우고 거래처와 제조사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다. 할아버지가 일을 하는 동안 나는 트럭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일밖엔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봉지 라면을 하나씩 내 손에 쥐여주었다. 내 입맛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순전히 할아버지의 취향이었다. 할아버지는 항상 그랬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쥐여주고는 자기는 잘해줬다고 생각하는 식이었다. 애도 아니고. 어째서 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