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마음의 거리 / 임순옥
마음의 거리 / 임순옥 진료실 천장에 박힌 등에서 미색 빛이 고르게 퍼졌다. 도연은 환자 얼굴에 초록색 천을 덮었다. 입이 닿을 부분을 둥글게 도려낸 천이다. 체어에 붙은 전등을 환자 얼굴 위에 오도록 각도를 맞췄다. 초록이 도려내진 곳에 환자의 입속이 붉게 드러났다. 제일 안쪽 아래 어금니 두 개에 금이 씌워져 있고 나머지 치아는 희다. 치과 밖에서도 사람을 만날 때, 도연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입이었고 정확히 입안에 박힌 치아였다. 이 사람은 아래턱이 튀어나온 부정교합이라 위아래 치아가 맞물리지 않는다. 쫄면을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쫄면을 같이 먹으면 다른 사람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리고 열심히 씹어도 면이 안 끊어지는 난처한 일을 겪을 거다. 잇몸이 내려앉아 치아가 패인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