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자화상의 오후 / 김정애
당선작> 자화상의 오후 / 김정애 빈칸 생의 여백이 귓불을 뜯게 했나 느닷없는 살 조각을 붕대로 친친 매고 회색빛 푸른 눈동자 거울 앞에 앉았다 아직 남은 소음에 대해 눈빛이 묻고 있다 오후 내 낯선 색채를 캔버스에 게워내며 진녹색 코트 여미고 파이프를 문 사내 색을 고르는 일은 칼날을 세우는 일 울분 한 붓 슬픔 한 붓 거칠게 찍어 눌러 죽어도 들키기 싫은 고독을 덧칠한다 당선소감> -가을해는 노루꼬리보다 짧다고 부지깽이 손이라도 빌릴 만큼 분주하게 가을걷이하시던 부모님을 기다리며 따뜻한 볕이 머무는 밭담 벼락에 기댄 예닐곱 살의 내가 있습니다. 나는 쌀쌀해지는 갈바람에 자꾸만 몸을 움츠리며 아직 일을 마치지 못한 휘청이는 두 개의 등허리를 보며 들판에 너울대는 억새꽃과도 닮았다는 생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