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정말 먼 곳 / 박은지
정말 먼 곳 / 박은지 멀다를 비싸다로 이해하곤 했다 우리의 능력이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나기도 했지만 정말 먼 곳은 상상도 어려웠다 그 절벽은 매일 허물어지고 있어서 언제 사라질지 몰라 빨리 가봐야 해 정말 먼 곳은 매일 허물어지고 있었다 돌이 떨어지고 흙이 바스러지고 뿌리는 튀어나오고 견디지 못한 풀들은 툭 툭 바다로 떨어지고 매일 무언가 사라지는 소리는 파도에 파묻혀 들리지 않을 거야 정말 먼 곳을 상상하면 불안해졌다 우리가 상상을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아무리 노력해도 우리의 상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없었고 거짓에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다 정말 먼 곳을 상상하는 사이 정말 가까운 곳은 매일 넘어지고 있었다 정말 가까운 곳은 상상을 벗어났다 우리는 돌부리에 걸리고 흙을 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