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백팩 / 정숙인 백팩 / 정숙인 나의 과거가 사라진다면 나는 존재할 수 있을까. 과거는 현재의 기억이다. 현재는 미래의 기대가치다. 아버지를 향해 뿌려진 막걸리 한 잔이 나의 과거가 되고 지금이 나의 미래가 되는 것이다. 내 피 속의 우주먼지가 또다시 중력에 끌리는 몸을 만들 것이다. 나는 펜을 멈추고 메모장을 덮었다. 열차가 플랫폼에 닿기도 전에 몇몇의 사람들은 출입구 쪽을 향해 줄을 섰다. 손에 들고 있던 낡은 공책을 상자 안에 넣고는 창밖을 내다봤다. 종착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열차는 속도를 줄였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백팩을 맸다. 백팩은 여행자에게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플랫폼에 발을 디디는 순간, 열차는 나를 습하고 비릿한 열기 속으로 토해냈다. 내가 도착한 해안도시, 여수다. 역 출구 왼편으로는 .. 좋은 글/소설 8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