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꽃피는 광장 - 정승헌
꽃피는 광장 / 정승헌 돌담도 스크럼 짠 유월의 대한문 앞 물대포 날아드는 왜자한 화단 너머 샐비어 붉은 깃발이 자리싸움 한창이다 질끈 두른 머리띠에 징소리가 울린다 응어리진 선소리꾼 목이 쉰 구호마다 신호에 발 묶인 차들 덩달아 소리치고 발 디딘 한 뼘 땅을 탐하려는 트레바리 촛불도 고개 숙인 분향소 흘금대다 저물녘 도시 소음에 귓불이 시려온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꼬리 문 메아리들 흘레바람 비를 몰아 묵은 앙금 씻고 나면 헐벗은 저 꽃밭에도 봄은 그예 오겠지 [당선소감] "뿌리를 일깨워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갓난아기 때부터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외국과 우리나라를 들락날락하는 생활이 11년이 넘었다. 유난히 우리 부모님만 꼭 독립 유공자 후손인 양 한국에 뿌리내리기를 원하는지, 영어도 서툰 어린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