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족 - 정신희
가족 / 정신희 공손하게 마주 앉아 서로를 향해 규칙적으로 다가갔다 흑백으로 갈라지는 길들이 뒤섞이더니 우리 사이는 점점 간격이 사라졌다 기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비가 올 때까지 기도했다는 것 그가 먼저 돌을 놓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끝까지 돌을 움켜쥐고 있었다 입 안에선 쉬지 않고 돌들이 달그락거렸다 우리는 마주 보고 있었지만 서로에게 위험했다 돌을 던지고 끝까지 서로를 모른 체하고 싶었다 길이 팽창하고 수거함엔 깨어진 얼굴이 가득하고 우리는 맹목적으로 달려갔다 한번 시작한 길은 멈출 줄 몰랐다 詩는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 세우며 내게로 온다 여러 해 전 도시 생활을 접고 이곳 시골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에게 온 햇빛과 바람과 풀 한 포기, 아이들과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를 자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