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작] 아름다운 괴물에서 불길한 폐허로-이불론 / 정영수
아름다운 괴물에서 불길한 폐허로-이불(Lee Bul)론 아름다울 이유: 희극과 비극 사이에서 희극은 우리만 못한 인간을 모방하려 하고, 비극은 우리보다 더 나은 인간을 모방하려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중에서 1. 비극적으로 추락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름다워야 한다 비극은 하나의 추락이다. 그리고 추락은 아름답다. 그러나 무턱대고 무언가를 추락시키기만 한다고 비극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추락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이기에 그 주체가 아름다운 것이어야만 한다. 추락하는 것이 아름답지 않으면 추락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은 소문자 미(美)를 이용해 대문자 미(美)를 창출하는 하나의 사례이다. 이불은 작가로 활동한 이래 줄곧 화려하고 복잡한 형상들, 폭발하거나 충돌하는 장면을 구현해왔다. 이불의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