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이원하 유월의 제주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저에게 바짝 다가오세요혼자 살면서 저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제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말해주고 싶어요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발전에 끝이 없죠매일 김포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요김포를 훔치는 상상을 해요그렇다고 도망가진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