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민들레 꽃씨와 아이 / 조수옥
민들레 꽃씨와 아이 / 조수옥 멜빵바지 입은 한 아이가 길섶에 쪼그리고 앉아 민들레 꽃씨를 붑니다. 입술을 쭈욱 내밀며 후~ 후~ 하고 불자, 요런 간지러운 봄바람은 처음인 걸 하며 민들레가 하늘에 꽃씨를 퍼뜨립니다. 꽃받침을 베고 잠든 잠꾸러기 꽃씨 하나 머뭇댑니다. 아이가 연거푸 후훗! 하고 불어대자 그제야 기지개를 켜며 쫓기듯 날아갑니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까까머리가 된 민들레가 내년 봄에 다시 보자며 꽃대궁을 흔들어댑니다. 초심·뒷심 그리고 열심 ‘3심’으로 오늘까지 왔다 나는 매년 12월 초쯤이면 우체국에 들르곤 했다. 신춘문예를 발송하고 문을 나서면 설렘보다는 왠지 허탈했고 겨울 날씨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올해는 당선될 수 있을까, 낙선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과 함께 혹시나 하는 한 가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