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농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염소 / 조향숙
염소 / 조향숙 1 그날 나는 장례를 치르고 고인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이라기보다는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움막 같은 곳에 마시다 만 술병, 매트리스, 덮고 자던 홑이불까지 아직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우는 그곳에서 혼자 지내왔던 것입니다. 나는 유품을 수습한 후 천천히 한병의 소주를 비우며 아우가 생의 마침표를 찍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술병이 바닥을 드러낸 즈음 집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놈이 밖에 서 있더군요. 꼭 아우가 먼 길 가기 전에 짐승의 몸을 빌려서 찾아온 것처럼. 취한 나는, 아우님인가? 소리 내 불러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놈은 알아들은 양 작은 울음소리를 내는 겁니다. 아우는 전화가 잦았습니다. 전화할 때마다 취해 있었기에 나는 몸을 생각하여 술을 그만 먹으라고 꾸짖곤 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