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중부광역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자물쇠 / 박찬희
자물쇠 / 박찬희 안거가 일이라고 단단히 가부좌를 틀어 오가는 바람도 굳어 서있다 하필이면 벼랑 끝에 걸어놓은 맹약 효험이 낭설이기 십상이기도 하고 굳이 풀어 들여다 볼 상당한 이유가 없어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는 잡다한 호기심만 늘어 없는 설명서를 찾아 읽는다 맹약의 해피엔딩은 녹슬고 녹아 서로에게 귀속되는 것 애지중지 닫아 걸 별 이유는 없어도 그냥 습관인 까닭에 벽을 치고 들어앉아 음과 양을 저 혼자 맺고 풀면서 맞지도 않는 열쇠를 깎는 일 어쨌든 그것도 수고라면 수고지 결속과 해지는 엎어 치나 메치나 한가지여서 틀림없는 쌍방의 일 자물쇠든 열쇠든 서로에게 맞출 수밖에 옳으니 그르니 해도 꼭 들어맞는 짝은 있게 마련인데 내가 너를 열 수 있을까 시도 때도 없는 옥쇄 앞에서 밤낮 우물쭈물, 나만 속절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