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영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수달 / 최원섭
수달 / 최원섭 욕조의 물이 출렁였다. 그는 누워서 허연 천장을 바라봤다. 코로 물이 들어와서 머리를 쳐들었다. 양쪽 어깨와 무릎이 물 위로 솟아났다. 무릎 주변의 털들이 피부에 무질서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욕조 바닥에 등을 붙여 봐도 몸 전체가 잠기지는 않았다. 상체를 일으키자 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들리는 건 오직 물소리였다. 이 또한 층간소음이 될 수 있을까. 지나치게 세상이 조용했다.밤새 잠을 못 자고 뒤척이던 그는 욕조에서 잠수를 시도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전체 빼기 남은 시간. 이 계산이 가능하다면 지나온 시간을 알 수 있겠지. 전체라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주어진 것일까.그는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으며 거실로 나왔다. 서랍에서 팬티를 찾다가 바닥에 물자국을 남겼다..